현대의 신화

 

 

 

Kwon, O - Bong

 

- 선(line)의 다이나미즘 -

 

 

 

 

 

 

권오봉은 행위의 프로세스를 통해 선의 운동, 일테면 선의 자유로운 유희를 현시 한다. 형과 선의 전이, 말하자면 그에게 있어 선은 더 이상 상(image)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직감에 의존되어 화면을 긁어 가며 이미지를 거부한 채 손의 창조적 자발성이나 프로세스 그 자체를 보여준다. 캔버스의 표면을 긁고 칠하고, 다시 긁어 가는 반복된 행위는 일상의 단조로운 삶의 형태, 혹은 존재의 확인과 동시에 상실감이 실체를 찾을 수 없는 기호들 속에 녹아 근원적 충동을 반추한다. 그리고 작가의 선의 담론이 되고 있는 '절제된 무질서'는 자유로운 움직임과 질서 사이의 간극에 내적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음을 본다.

UNTITLED 117 x 117cm 1999그의 회화공간에서는 형태나 색채가 보조적인 의미로 작용하고, 소재와의 관계는 부차적인 의미일 뿐이다. 다만 '행위'속에 내포된 의미와 캔버스와의 긴장관계가 중요하게 부각된다. 오직 행위만이 자신의 존재를 현시 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으로. 어쩌면 그가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캔버스가 행위를 만들어 감으로써 캔버스가 창작자가 되고, 자신은 관객이 되어 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점은 액션페이팅이 전면회화를 시도하면서 화면에 물감을 겹쳐 뿌리거나 칠해 가는 것과 구별되는, 그의 독자성을 이루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화면의 긴장관계에서 호흡의 장·단, 선의 강·약을 조절함으로써 여백도 부각시켜 놓는다. 일면 그가 창출하는 화면의 공간이 어린이의 무구한 유희에 가깝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가 선을 긋고, 다시 지우고, 또 긁어내는 방식은 철저히 그 자신의 오랜 작업적 성과가 이루어내는 회화적 본능의 결과이다. 그래서 그가 보여주는 선의 운율은 유기적인 운동의 미학으로 탄생된다. 일테면 부드럽게 이어지는 레가토(legato)의 선과 짧게 끊어지는 다이나믹한 스타카토(staccato)의 선은 다양한 변주를 통해 선의 소리를 연주한다.

창조적 근원을 일깨우는 디오니소스의 합창이 선의 무한한 변형들을 통해 노래로 그려진다. 또한 현대의 불안과 위기감에 대응한 그의 선의 울림은 마치 배가 고파 우는 어린아이의 울음이나 무관심과 소외 속에 내몰린 어린아이가 관심과 시선을 끌어내기 위해 적절한 거리를 확보하고 강한 제스처를 내보이는 것과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이점은 우리 의식의 한구석에 있는 불안한 삶의 조건과 자유로운 유희의 연상작용을 통해 무감각을 뽑아내는 통찰로 작용한다.

 

UNTITLED 194 x 256cm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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