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있어서 미적가치의 문제
 

김옥렬   

 왜 많은 사람들은 예술적, 혹은 미적 추구를 위해서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가? 왜 예술 작품이나 미적 대상들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인가? 우리는 왜 미적 경험들을 가지기를 원하는가?  미적 경험은 사치품인가 필수품인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답하는 것으로 미적 가치이론이 요구되어 진다. 거꾸로 미적 가치에 대한 적절한 이론은 위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 줄 것이다.  

  모든 가치 판단은 규준이나 규범을 전제로 한다. 이 점에 있어 예술 작품의 가치 판단도 예외일 수는 없다. 따라서 예술 작품의 가치 판단 즉 평가의 기준이 지금까지 예술은 언제나 아름다움, 즉 미라는 것과 밀착되어 생각되었으며 예술성은 아름다움과 그리고 예술적 가치는 미적 가치와 대체로 동일시되어 왔다. 그러므로 예술 작품의 고유한 가치, 다시 말해서 예술 작품의 자율적 가치를 미적 가치로 보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과학이 인식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윤리가 도덕적인 차원에서 각기 이해되고 평가되어야 하듯이 예술은 미적 차원에서 정의되고 미적 가치에 의해서 평가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미적 가치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서 하나의 예술 작품의 가치가 그것이 소유하고 있는 미적 가치로 설명되는 것인가?

  미적 가치의 문제는 개인적 기호에 따른 주관적인 평가가 아닌 일종의 객관성의 문제로 논의되어야 한다. 따라서 예술 작품의 미적 가치를 말할 때 일차적인 평가의 기준으로 그 예술이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다시 말해서 어떤 예술이 좋은 예술이고, 또 어떠하면 나쁜 예술인가 하는 문제가 그 당면과제라고 하겠다. 그러한 이론들로는 첫째 평가의 기준을 예술 작품 속에 내재하는 구성 요소들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이론, 예컨대 비어즐리(M.C.Beardsley)의 이론으로 미적 가치를 사물자체, 즉 심미적 대상을 경험자의 태도에서가 아니라 경험대상에서 찾으려는 입장을 들 수 있다. 그러므로 그는 미적 가치에 대한 정의를 'x가 미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 때 x는 미적 경험을 산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고 주장한다. 둘째, 심미적 경험의 특수성을 경험자의 태도에서 찾으려는 입장으로 칸트(I.kant)의 비실천적 태도, 즉 무심주의로서 이것은 미적 경험을 사물 그 자체에 대한 관조(contemplation)로 보는 관점인데 스톨리츠(J.Stolnitz)도 이에 따른다. 그리고 또 미적 경험을 실제적인 경험과 연관이 없고, 실제적 경험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으로 미적 가치는 좋거나 나쁜 결과들에 대한 의존성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하는 헴프셔의 견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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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이론들은 약간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모두 내재적 미적 가치론, 예컨대 가치가 있는 사물들에 대한 경험을 주장하는 견해들로 주관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내재적 가치를 가지는 사물은 그 사물이 가치를 가지는 어떤 다른 것을 산출하거나 혹은 가치를 가지는 다른 어떤 것에 이르게 되기 때문에 높이 평가된다. 여기서 우리는 미적 가치는 어떤 목적이나 관심에서부터 독립된 그 자체가 갖는 가치로 이해되어져야 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미적 가치는 어떤 다른 종류의 가치, 예컨대 도덕적, 경제적, 과학적, 역사적 가치에 의존하거나 혹은 그 두 가지의 혼합물인가 하는 물음을 갖게 된다.

  현 세기에는 내재적 가치이론이 우월성을 가졌지만, 전체 서양 사상사를 살펴볼 때, 결과적 가치이론들이 더욱 빈번했었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플라톤은 예술가들이 리얼리티에 대한 지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매우 비판적이었다. 왜냐하면 어떤 경험이 이성적인 삶(rational of life) 에 도움이 될 때만이 그 경험은 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예술가들은 지적인 법칙이나 원리에 따르기 보다 영감(inspiration)을 통해서 작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예술은 가치가 없으며, 합리성(rationality)에 방해되는  장애물이라고 믿었다.

   그에 반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이 인간의 욕구(desires)들을 충족시켜 줌으로써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공헌한다고 믿었다. 그는 또한 예술은 우리에게 정서적 출구(emotional outlet)를 제공해 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치료적 가치(therapeutic value)를 갖는다고 믿었다. 플라톤이 예술에서 아무런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치를 인정했다. 어찌되었건 그들은 예술이 정서적 해방(release)을 가져다주는 것과 같은 특별한 기능(function)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는 의견일치를 보인다. 그러므로 두 철학자는 미적 가치의 결과적 가치이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플라톤처럼 톨스토이도 그 자신의 시대에서 예술이 무엇인가 깊이 잘못되어 있음을 인식하였다. 그러나 플라톤과는 달리 톨스토이는 예술이 훌륭해지고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당시 모조예술(counterfeit art)의 유행과 참된 가치를 구성하는 것에 대한 오류를 설명하기 위해 음식에 대한 유비(analogy)를 사용했다. 사람들은 음식의 가치를 그 음식이 주는 쾌로 잘못 받아들이는 것처럼, 어떤 사람들은 예술의 가치와 그 예술이 주는 쾌를 혼돈하고 있다. 음식의 참된 가치는 분명히 영양분에 있다. 음식은 건강한 육체에 도움을 주거나 혹은 도움을 주는데 실패하는 정도에 따라 훌륭하거나 나쁘다. '먹기 위해 사는' 사람들조차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함에 틀림없다는 주장으로 예술의 참된 가치 문제를 모조예술과 구분한다. 톨스토이의 주장처럼 예술이 우리에게 쾌를 주는 것으로 그친다면 예술은 가치의 결핍에 의해 중요할 수가 없을 것이다. 예술의 참된 가치는 그것이 건강한 개인과 건강한 사회에 기여하는 공헌에 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어쩔 수 없이 영양분이 있는 음식만을 먹도록 되어있는 사람들 조차도 대개는 '맛있는' 어떤 것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거나 혹은 인정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따라서 음식의 유비는 미적 가치의 핵심을 논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적 가치의 결과주의적 이론의 핵심인 선이나 진리에 의해서 미적 활동을 설명하려 했던 결과주의적 미적 가치론의 적극적 태도들은 사람들에게 많은 호감을 준다. 결과적 미적 가치에 대한 이론가들은 미적 가치가 도덕적 가치에서부터 유래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다시 말해서 예술적 혹은 미적 경험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도덕적 원리들을 이해하고 따르도록 이끌거나 또는 바람직한 결과들을 야기하는 방식으로 행위 하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현대의 이론가들 중에는 어떤 예술 - 대체로 걸작품이라 할 수 있는 - 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훌륭한 예술은 보는 것과 듣는 것을 날카롭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상황인식을 확장시켜 주며, 그렇게 함으로써 그것은 도덕적 법칙들을 받아들여 그것을 따르고 호감을 줄 수 있는 결과들을 산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예컨대 위대한 소설을 읽거나 아름다운 교향악을 듣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세계를 보다 잘 이해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입장에 보다 잘 설 수 있으며, 바른 예술은 이러한 이해를 제공한다고 세빌(A.Savile)은 단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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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빌의 논리는 독서를 하거나 음악을 듣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미적 활동에 전혀 혹은 거의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 보다 더 높은 덕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위대한 예술 작품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을 도덕적 원리와 행위의 결과들에 보다 민감하게 세상을 보도록 가르친다고 할지라도 어떤 사람들이 보다 열등한 작품들, 예컨대 톨스토이의 음식에 대한 유비에서처럼 영양분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맛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구나 태도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알기란 어렵다. 만약에 예술 작품과 미적 대상들이 훌륭한 (혹은 나쁜) 사람들을 산출해 내지 않는다면 미적 가치는 내재적이거나 또는 몇 몇 다른 근원에서부터 유도되는 것임이 분명하다. 이것은 감상자의 도덕성에서가 아니라 예술가의 도덕성에 집중하는 몇 몇 이론가들에 따른다고 할 때, 위와 동일한 결론이 나오게 된다.

  헴프셔(Stuart Hampshire)는 윤리적인 것과 미적인 것을 구분했다. 예컨대 낙태를 승인할 것인가 말 것인가. 부를 어떻게 공유하는가. 또는 진리를 말하는 것이 언제 필요한 것인가라는 관심은 공유되고, 에술가들이 직면하는 문제들, 일테면 장조를 쓸 것인지, 단조를 쓸 것인지, 얼마나 많은 푸른색을 사용해야 할지 혹은 객관적인 관점으로부터 말할 것인지, 아니면 주관적인 관점으로 말할 것인지는 다르다는 것이다. 헴프셔의 입장처럼 예술가가 그들 자신의 문제만을 설정한다면 그들이 행하는 가치는 도덕적 평가밖에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예술가가 행하는것이 단조와 장조(magor and minor)간의 선택, 붉은 색을 쓸 것인가, 푸른색을 쓸 것인가를 선택의 관점으로 본다면 그것들은 도덕적으로 설명되기란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붉은 색 대신에 푸른색을 사용한다는 결정은 도덕적 비평에서 개방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헴프셔의 입장이다.

  예술가들은 그들이 표현하거나 전달하기를 원하는 감정이나 관념들에 대한 선택을 한다. 예술가들은 이러한 근거 위에서 평가를 받게된다. 최근에는 춘화(pornography)가 표현의 자유로 갈등을 겪는 영역이 되어 법적인 관심의 초점이 되어 왔다. 이러한 춘화는 오늘날 윤리적 혹은 미적 평가가 서로 서로를 분명히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점점 더 어려워지는지를 보게되는 대표적 영역이다. 혹자는 춘화에 노출되는 것은 여인에 대한 잘못된 사고를 가질 수 있으므로 주목받을 가치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은 사람들을 비도덕적으로 만드는 것은 어떤 종류의 적극적 가치도 가질 수 없다라고 하는 것이다. 비록 모든 예술 작품이 그들 스스로 나쁜 사람들을 훌륭한 사람들로 혹은 반대로 훌륭한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바꾸어 놓지 못한다 할지라도 예술 작품은 도덕적 태도들의 발달과 지속에 이바지한다. 따라서 미적 혹은 도덕적 가치는 궁극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 객관적 특성을 지닌 결과적 미적 가치론의 입장이다.

  미에 대한 추구는 우리가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는 사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미적 가치는 다른 가치와는 달리 생생하게 호소하는 현실성은 지닌다. 이는 어떠한 미적 가치 현상일지라도 우리들의 생생한 감각을 통하지 않으면 발생되지 않는 것이라고 하겠다. 다시 말해서 미적 가치는 인간의 심미적 경험을 통해 나타나는 하나의 의미현상이며, 인간의 본질적인 능력이 대상화 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적 가치는 진리와도 연관성을 갖는다. 예컨대 모리스 베이츠(Morris Weitz)는 '작품은 주석(Commentary)을 포함한다' 즉 세상에 대한 일반화를 포함한다고 하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논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진리는 미적 경험의 한 부분이며, 예술의 가치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물론 모르간(Douglas Morgen)의 주장에서처럼 진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의 재능과 감각을 어둡게 하고 편협한 마음을 갖게 한다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예술의 가치가 단순히 쾌로 격하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미적가치를 현실적인 문제로 제기하게 하는 이유인 것이다. 예컨대 응용 미학인 예술과 공공정책 그리고 환경 미학과 상관되는 특성들이 미적 가치와 관련된 현실적인 문제들이라 하겠다.

  예술과 공공정책에서 생각해 볼 때 예술가들의 사회적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서 데이비드 폴(David Pole)은 진지한 예술가들은 대중이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의 예술가들에 의해 창조된 대부분의 공공 조각들은 '해로운 대상들 (Malignant objects)'이 많은데 이는 일반대중들을 미적이거나 지적으로 마음이 끌리도록 하지 못한다고 주장되는 것이다. 예컨대 공공조각에 관한 관조자의 반응에서 '해로운 대상들'을 접하고 그들은 자신의 판단을 절망적으로 무효화해 버리고 완전한 미적 무능력자가 되든가 아니면 비슷한 방식으로 공공정책의 판단을 무효화시켜 버린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자신과 동료 시민들이 예술가들에 의해 농담의 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정책에서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어떤 것이 미적 가치를 가지느냐하는 문제의 근원적인 평가를 통해서 진지한 시도가 만들어져야 하겠다. 설령 미적 가치를 즉시 량으로 측정할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환경 미학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국가가 환경 공공법률에 의해 미적으로 쾌적한 주위 환경의 보호와 설비의 목표를 세우고 체계적인 발전과 유용화를 통해서 환경적으로 디자인된 예술들의 통합적인 사실이 보장되고 활성화 되도록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미적 가치는 기본적으로 스스로 가치 있는 사물들의 속성들에 의해서나 혹은 진리와 같은 다른 가치의 문제인 개인과 사회에서 야기된다고 보겠다. 따라서 미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공금의 사용이나 혹은 환경 자원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방법에 대한 결정들이 있으면 미적 논제들에 대한 주목을 요구하고 그러한 주목과 반성이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받아 들여 지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본질적 속성들에 주목하고 그와 같은 본질적인 속성들에 대한 주목과 반성이 쾌를 산출하거나 혹은 다른 인간적 관심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게 될 때만이 미적으로 가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적 가치는 사물들에 대한 개인적인 반응의 문제이면서 또한 그 반응들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문맥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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